- 주별:
-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경계에 자리 잡은 레이크 타호는 북아메리카 최대의 산정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차를 타고 달려가다 보니, 해발 약 1900미터의 높이에 위치한 최대 길이 35킬로미터의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레이크 타호의 웅장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도 끝날 줄을 모르고 펼쳐진 푸르른 호수는 그 주위를 둘러싼 길게 뻗은 침엽수, 맑고 파란 하늘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훌륭한 대자연 속에서 펼쳐질 이틀간의 여정에 벌써부터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했다.
에머랄드 베이 스테이트 파크
사진 속에 종종 등장하는 에머랄드 베이의 파노라마 뷰를 가장 먼저 감상하고 싶었기에 바이킹스홀름 트레일의 트레이헤드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베이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선사하는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일상에서 지친 기분마저 풀어주는 듯 했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파랑새들이 여기저기서 지저귀며 반기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마침내 도착한 베이의 자태는 말 그대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마크 트웨인이 왜 이곳을 ‘지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묘사했는지 곧바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한 켠에 자리잡은 부두의 끝자락에 앉아 맑고 투명한 호수에 발을 담그고 한참 동안 말없이 비현실적일만큼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보트에서 튜브를 끼고 호수로 뛰어드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에머랄드 베이 주립공원, 레이크 타호, 캘리포니아 (Emerald Bay State Park, Lake Tahoe, California)
헤븐리 빌리지 곤돌라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광활한 레이크 타호를 산꼭대기에서 보면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곤돌라가 위치한 헤븐리 빌리지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타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조각품들을 전시해놓은 곳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매점들과 레스토랑, 그리고 영화, 미니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곳들로 가득했다. 야외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라이브 뮤직에 맞춰 흥얼거리다 드디어 곤돌라를 타고 산꼭대기로 올라 전망대를 찾았다. 눈 앞에 펼쳐진 레이크 타호의 모습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의 황홀함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이 높은 곳에 이렇게 거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다.
해븐리 빌리지, 레이크 타호, 캘리포니아 (Heavenly Village, Lake Tahoe, California)
제퍼 코브
어제 하루 동안 레이크 타호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마음껏 감상했기에 오늘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이곳의 매력에 좀 더 푹 빠져보기로 했다. 다양한 수상 스포츠 뿐만 아니라 사우스 레이크 타호 최대의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제퍼 코브 비치로 향했다. 너무나도 맑고 평화로운 모습에 용기를 얻어 패들 보딩에 도전해보았다. 평화로이 노를 저으며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호수를 감상하는 기분은 가히 최고였다. 수심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맑은 호수를 좀 더 즐기기 위해 카약을 타고 더 깊이 들어가 보기도 했다.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듯한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엄마의 품과 같은 평안함을 선사해주었다. 해변가로 돌아와 파라솔 아래서 한참 동안 독서를 즐긴 후, M.S. Dixie II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일 년 내내 운용한다는500명의 수용이 가능한 크루즈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기며 여유롭게 호수를 감상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시간이 두 시간이나 걸리는 것을 체험하며 레이크 타호의 스케일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레이크 타호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리조트 에지우드 타호, 그리고 비치 리트리트 앤 타호에 위치한 물 위의 보트하우스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훌륭한 저녁식사도 즐겼다. 보면 볼 수록 그 매력에 빠져드는 레이크 타호를 사진에 모두 담아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만간 꼭 겨울에 다시 찾아와 레이크 타호가 선사하는 더 많은 매력에 빠져보리라 마음먹으며 어렵사리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