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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시피주
미시시피 주 중심의 끝도 없이 펼쳐진 목화 밭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클라크스데일은 블루스의 탄생지라고 합니다.
주크 조인트 뮤직 페스티벌(Juke Joint Music Festival) 개막을 맞아 이곳을 찾은 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길 생각에 들떴습니다. 1800년대를 거쳐 1900년대 초기까지, 필드 할러(field holler, 흑인의 노동가) 또는 콜 앤드 리스폰스(call and response, 서로 주고 받으며 부르는 노래)의 선율은 정신 없이 흘러가는 노예와 근로자들의 삶을 노래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블루스는 오랜 세월 숱한 변화와 굴곡을 겪으며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역사상 최고의 블루스 가수
저는 가장 먼저 61번 고속도로와 49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을 찾았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곳은 한 마을의 교차로일 뿐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낭만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더 크로스로드(The Crossroads)’는 블루스 음악 애호가들의 메카입니다. 제가 잠시 서서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관광객을 태운 자동차들이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곳이라 전해지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꾸준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와보고 싶었어요. 영국에서 이곳까지 오다니, 꿈이 이루어졌죠.”라고 한 방문자가 말했습니다. 클라크스데일이 이렇게까지 널리 알려진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맛집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어요. 더 크로스로드 바로 옆 아베스 바비큐(Abe’s Bar-B-Q)에서는 잘 익힌 풀드 포크에 달콤한 바비큐 양념을 듬뿍 바르고 구운 콩과 코울슬로를 곁들인 요리를 먹었습니다.
홉슨 플랜테이션 커미셔리
이미 한 해의 수확을 끝내고 텅 빈 바닥을 드러낸 목화 밭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목화솜이 뭉실뭉실 영글어 있는 작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 옆에 바로 저의 다음 목적지이자 목화 따는 기계를 최초로 도입한 홉슨 플랜테이션 커미셔리(Hopson Plantation Commissary)가 있다니 재미있는 우연이었죠. 이곳은 낡고 황폐한 건물 잔해들과 고장 난 자동차, 트럭이 널브러져 있는 고철 하치장에 둘러싸여 있었고 내부에는 바, 레스토랑, 귀중한 역사 유물과 골동품이 전시된 공간이 있었습니다.
생생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한 후 길을 나서자, 마치 내게 작별 인사라도 하듯이 선홍빛과 주황빛의 장엄한 석양이 플랜테이션 위를 비추면서 지평선을 넘어 물들고 있었습니다.
그라운드 제로 블루 클럽
석양이 지자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역사적인 블루스 지역, 일명 ‘블루스 앨리(Blues Alley)’로 불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곳에는 미시시피 주 출신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그라운드 제로 블루스 클럽(Ground Zero Blues Club)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큰 소리로 울리는 라이브 음악에 빠져들자 떠나기 싫어졌습니다. 매해 이맘때가 되면 도시 곳곳에서 가수와 음악가들이 자유롭게 대중과 즐기는 무대가 마련되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집니다. 언젠가 꼭 다시 올 겁니다.